글: 아미나 압둘, 컨선월드와이드 케냐사무소장
컨선의 지원으로 작은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게 된 네 아이의 엄마 아나샤. 이 가게를 통해 네 아이들 모두 학교에 보내는 것이 꿈입니다. Photo: Kieran McConville/ Concern Worldwide
제가 사무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는 동아프리카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인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큰 슬럼가가 있는 도시입니다. 사무엘 가족처럼 많은 가족이 생활고로 고향을 떠나 도시로 옵니다. 그렇게 도시에 온 사람들은 슬럼가에 살게 되는데요. 슬럼가 역시 상황이 나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긴급상황에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현금지원
케냐는 2009년 식량위기를 겪으며 주식인 옥수수 가격이 30%나 올라 극빈 가정들은 하루에 한 끼도 먹기 힘들어졌습니다. 시장에는 식량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높은 물가 때문에 굶주리게 된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고자 무작정 식량을 수입해 지원하면 현지 지역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었기에, 저희는 식량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현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금지원은 이처럼 지역경제를 존중하면서도 적은 비용으로 빠르고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분쟁이나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까지 식량을 운반하기 위해서는 길면 몇 주가 소요되기도 하는데요. 일단 현금지원 시스템이 구축되면,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긴급자금을 바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수천 톤의 식량을 실어 나르지 않아도 되어 비용도 절약됩니다.
현금을 안전하게 지원하는 혁신적인 방법
다행히 케냐는 휴대폰 보급율이 높아서 정책과 시스템만 도입한다면 휴대폰을 이용한 현금지원이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저희는 케냐 정부 및 이동통신사 사파리콤과 협의해 휴대폰 심(SIM) 카드와 고유개인번호를 통해 매달 현금을 지급하는 엠페사(M-Pesa) 시스템을 현금지원에 도입했습니다. 엠페사는 카카오페이와 비슷한 송금/결제서비스로, 현금을 들고 다닐 시 도난의 위험이 워낙 높아 케냐 인구 75% 이상이 엠페사를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엠페사 시스템을 통해 지원받은 현금을 안전하게 수령할 수 있습니다. Photo: Jennifer Nolan/ Concern Worldwide
동시에 저희는 케냐 정부와 함께 현금지원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냈습니다. 하루에 64실링(한화 약 693원)을 벌고 아무런 외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극빈층을 선정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자녀, 55세 이상의 노인 가족, 만성적 질환을 앓는 가족의 유무와 여성가장 등의 경제적 요소를 함께 감안했습니다. 그렇게 2,400개 극빈가정을 선정해 8개월간 매달 1,500실링(한화 약 16,000원)을 지급했습니다.
불안한 삶에 희망을 더하는 현금지원
‘현금지원, 정말 괜찮은 방법인가?’ 이런 생각을 하실 후원자님이 계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도 처음엔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극빈층 가정은 저희가 현금을 지원하며 교육한 지출계획 세우기 및 사기예방법 등을 잘 숙지했고, 지원받은 현금을 필요한 곳에 지혜롭게 사용했습니다. 현금지원 덕에 극빈층 가족들은 제때 끼니를 잘 챙겨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절약한 돈을 알뜰히 저축하기 시작했습니다.
현금지원이 더욱 의미있었던 것은 늘 불안과 긴장 속에 지내던 가족들에게 안정감이 생겼다는 점이었습니다. 극빈층의 삶은 매일 매끼를 걱정해야 하는 순간들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현금지원을 받아 조금씩 저축한 돈은 이들이 기댈 수 있는 작은 언덕이 되었습니다. 그 돈으로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고, 아플 때는 병원엘 갈 수도 있게 되었죠. 무엇보다도 집세를 제때 낼 수 있어 작지만 소중한 보금자리도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 10년 간 현금지원은 극빈층 가정이 영양실조를 극복하고, 자립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극빈층의 상황을 다시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정부의 이동제한 조치로 인해 물가는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생계활동이 어려워진 극빈층은 소득이 줄면서 구매력도 떨어졌습니다. 먹을 것은 물론 물과 비누도 사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금지원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희망을 잃은 이곳 극빈 가정들을 향한 따뜻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케냐 나이로비의 슬럼가 키베라(Kibera) Photo: Ed Ram/ Concern Worldwide
글: 아미나 압둘, 컨선월드와이드 케냐사무소장
컨선의 지원으로 작은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게 된 네 아이의 엄마 아나샤. 이 가게를 통해 네 아이들 모두 학교에 보내는 것이 꿈입니다. Photo: Kieran McConville/ Concern Worldwide
제가 사무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는 동아프리카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인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큰 슬럼가가 있는 도시입니다. 사무엘 가족처럼 많은 가족이 생활고로 고향을 떠나 도시로 옵니다. 그렇게 도시에 온 사람들은 슬럼가에 살게 되는데요. 슬럼가 역시 상황이 나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긴급상황에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현금지원
케냐는 2009년 식량위기를 겪으며 주식인 옥수수 가격이 30%나 올라 극빈 가정들은 하루에 한 끼도 먹기 힘들어졌습니다. 시장에는 식량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높은 물가 때문에 굶주리게 된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고자 무작정 식량을 수입해 지원하면 현지 지역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었기에, 저희는 식량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현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금지원은 이처럼 지역경제를 존중하면서도 적은 비용으로 빠르고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분쟁이나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까지 식량을 운반하기 위해서는 길면 몇 주가 소요되기도 하는데요. 일단 현금지원 시스템이 구축되면,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식량을 구입할 수 있는 긴급자금을 바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수천 톤의 식량을 실어 나르지 않아도 되어 비용도 절약됩니다.
현금을 안전하게 지원하는 혁신적인 방법
다행히 케냐는 휴대폰 보급율이 높아서 정책과 시스템만 도입한다면 휴대폰을 이용한 현금지원이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저희는 케냐 정부 및 이동통신사 사파리콤과 협의해 휴대폰 심(SIM) 카드와 고유개인번호를 통해 매달 현금을 지급하는 엠페사(M-Pesa) 시스템을 현금지원에 도입했습니다. 엠페사는 카카오페이와 비슷한 송금/결제서비스로, 현금을 들고 다닐 시 도난의 위험이 워낙 높아 케냐 인구 75% 이상이 엠페사를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엠페사 시스템을 통해 지원받은 현금을 안전하게 수령할 수 있습니다. Photo: Jennifer Nolan/ Concern Worldwide
동시에 저희는 케냐 정부와 함께 현금지원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냈습니다. 하루에 64실링(한화 약 693원)을 벌고 아무런 외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극빈층을 선정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자녀, 55세 이상의 노인 가족, 만성적 질환을 앓는 가족의 유무와 여성가장 등의 경제적 요소를 함께 감안했습니다. 그렇게 2,400개 극빈가정을 선정해 8개월간 매달 1,500실링(한화 약 16,000원)을 지급했습니다.
불안한 삶에 희망을 더하는 현금지원
‘현금지원, 정말 괜찮은 방법인가?’ 이런 생각을 하실 후원자님이 계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도 처음엔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극빈층 가정은 저희가 현금을 지원하며 교육한 지출계획 세우기 및 사기예방법 등을 잘 숙지했고, 지원받은 현금을 필요한 곳에 지혜롭게 사용했습니다. 현금지원 덕에 극빈층 가족들은 제때 끼니를 잘 챙겨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절약한 돈을 알뜰히 저축하기 시작했습니다.
현금지원이 더욱 의미있었던 것은 늘 불안과 긴장 속에 지내던 가족들에게 안정감이 생겼다는 점이었습니다. 극빈층의 삶은 매일 매끼를 걱정해야 하는 순간들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현금지원을 받아 조금씩 저축한 돈은 이들이 기댈 수 있는 작은 언덕이 되었습니다. 그 돈으로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고, 아플 때는 병원엘 갈 수도 있게 되었죠. 무엇보다도 집세를 제때 낼 수 있어 작지만 소중한 보금자리도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 10년 간 현금지원은 극빈층 가정이 영양실조를 극복하고, 자립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극빈층의 상황을 다시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정부의 이동제한 조치로 인해 물가는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생계활동이 어려워진 극빈층은 소득이 줄면서 구매력도 떨어졌습니다. 먹을 것은 물론 물과 비누도 사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금지원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희망을 잃은 이곳 극빈 가정들을 향한 따뜻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케냐 나이로비의 슬럼가 키베라(Kibera) Photo: Ed Ram/ Concern Worldw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