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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그라운드 너머 아이티, 이라크, 콩고민주공화국의 월드컵 이야기

2026-06-23

휘슬이 울리고, 선수들이 90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는 동안 전 세계는 그들이 뛰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아이티, 이라크, 콩고민주공화국 선수들에게 이번 월드컵 본선 무대 복귀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 국가의 희망과 자부심을 짊어진 순간입니다.


지난 6월 18일, 월드컵 조별리그 K조의 첫 경기, 콩고민주공화국 대표팀은 요안 위사 선수의 득점으로 포르투갈과 무승부를 기록하며 월드컵 사상 첫 승점을 얻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이번 대회 출전은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표범들(Leopards)’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콩고민주공화국 대표팀이 월드컵 무대에 다시 오른 것은 52년 만이었기 때문입니다. 월드컵 경기장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현재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생한 에볼라 확산으로 인해 선수단과 스태프는 벨기에에서 3주간 격리한 뒤 미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은 표범들의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순간의 환호는 눈부셨고, 사랑과 기쁨의 감정이 전 세계를 가로질러 퍼져 나갔습니다. 바로 이런 순간을 보기 위해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며, 이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 대니얼 해리스, 영국 일간지 <가디언> 스포츠 에디터

 



세 나라의 역사적인 월드컵 본선 무대 복귀

K조에 속한 콩고민주공화국의 월드컵 본선 무대 복귀는 여러 역사적인 귀환 중 하나입니다. 표범들과 마찬가지로 ‘정예병들(Grenadiers)’이라는 별칭을 가진 아이티 대표팀도 C조에서 1974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이라크의 ‘메소포타미아의 사자들(Lions of Mesopotamia)’ 또한 I조에서 40년 만에 월드컵에 복귀했습니다.


전 세계는 약 90분의 경기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의 경기를 시청합니다. 그러나 선수들은 단순히 경기에 나서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깊은 위기를 헤쳐 나가고 있는 세 나라의 희망과 정신을 함께 품고 경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을 오랫동안 월드컵 출전 명단에서 볼 수 없었던 이유와 지금 이들 국가가 마주하고 있는 어려움은 어쩌면 서로 맞닿아 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 표범들 뒤에 놓인 인도주의 현실

콩고민주공화국은 수십 년 동안 장기화된 인도주의 위기를 겪어왔습니다. 실제로 마지막으로 월드컵에 출전했을 당시 콩고민주공화국은 지금의 이름이 아닌 ‘자이르’라는 이전 국명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 콩고민주공화국은 정치적 불안정, 두 차례의 내전, 지역 분쟁을 겪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북키부, 남키부, 이투리, 탕가니카 등 동부 지역에서 분쟁이 격화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피난 위기와 기아 위기 중 하나가 발생했으며, 2026년에는 콩고민주공화국 국민 1,490만 명이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21세에서 35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콩고민주공화국 대표팀 선수들은 이 위기의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그중 다수는 본국의 불안정과 폭력을 피해 떠난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났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이번 순간이 동료 콩고민주공화국 국민들에게 일체감을 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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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민주공화국 북키부 카냐바용가 지역에서 사업 참여자들이 다목적 현금 지원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습니다. 


수비수 악셀 튀앙제브는 제1차 콩고 전쟁이 끝나갈 무렵 이투리주의 주도인 부니아에서 태어났고, 제2차 콩고 전쟁 중 부모와 함께 영국으로 이주했습니다. 그는 지난 3월 자메이카전에서 극적인 연장전 결승골을 넣으며 콩고민주공화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튀앙제브는 최근 스포츠 전문 매체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정치인은 아니지만, 콩고민주공화국에 기쁨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축구입니다. 축구선수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제 자리에서 작은 힘을 보태는 것뿐입니다. 그것이 더 나은 삶,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움직임을 만들거나 변화의 불씨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에게는 큰 책임감으로 느껴집니다.”

 



아이티: 피난 속에서 만들어진 팀

2019년 이후 아이티는 정치적 불안정과 갱단 폭력의 확대 속에서 위기를 겪어왔고, 2026년에는 국가 인구의 50%가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콩고민주공화국과 마찬가지로, 이번 위기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역사적 어려움 위에 더해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가장 심각한 수준의 기아, 빈곤, 보호 위험에 직면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티의 치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대표팀의 일상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2024년 임명된 세바스티앵 미녜 감독은 안전 문제로 인해 아이티 땅을 한 번도 밟지 못한 채 역사적인 월드컵 여정을 이끌고 있습니다. 대표팀은 카리브해 국가 퀴라소에서 ‘홈’ 예선 경기를 치렀고, 선수 중 단 한 명, 시테솔레이에서 태어난 미드필더 우덴스키 피에르만이 현재 아이티에서 거주하며 뛰고 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과 마찬가지로 아이티 선수들 중 상당수도 디아스포라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아이티 대표팀 공격수인 뒤켄스 나종은 이달 초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선수들 중에는 아이티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경기 시작 전, 저는 때때로 그들에게 우리나라의 현실과 우리가 어깨에 짊어진 책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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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시테솔레이 외곽 지역에 위치한 푸아예 컬튀렐 뒤 멕시크 지역에서 아이들이 공을 차며 놀고 있습니다. 시테솔레이는 약 40만 명이 거주하는 대규모 소외 지역사회로, 물과 전기, 교육 등 기본 서비스의 대부분을 국제구호단체와 현지 NGO가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이티의 월드컵 복귀는 국내외 수백만 아이티인들에게 큰 의미를 지니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아이티는 많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정말로 축구만큼 우리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이 팀은 단순한 자부심이나 국가적 자긍심만이 아니라 회복력을 상징합니다.” – 익명의 팬, <뉴욕 타임즈>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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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포르토프랭스 지역에서 컨선월드와이드의 현지 파트너 기관인 '사칼라(Sakala)'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모습




이라크: 새로운 역사를 쓰다

30년간의 인도주의 위기, 정치적 혼란, 무력 분쟁을 겪은 뒤, 이라크는 최근 몇 년 사이 회복 단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쟁 이후의 상황이 곧 위기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약 100만 명의 이라크인이 국내 실향민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라크는 또한 30만 명 이상의 난민과 비호 신청자를 수용하고 있으며, 이들 중 90%는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가고 있는 시리아인입니다. 피난 생활을 하는 공동체들은 여전히 필수 보호 서비스, 공공 서비스, 생계 기회에 접근하는 데 장벽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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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이라크 북부의 컨선월드와이드 지원 국내 실향민 캠프에서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공격수 아이멘 후세인 역시 많은 팀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이라크 위기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이라크 쿠르디스탄 지역의 분쟁 중에 태어났습니다. 후세인의 고향인 키르쿠크주는 그가 어린 시절 큰 피해를 입은 지역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2008년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몇 년 뒤에는 그의 형제가 납치되었고, 집은 파괴되었습니다. 가족은 2014년 국내 실향민이 되었습니다.


그 무렵 후세인은 가족을 돌보기 위해 축구를 그만두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그가 축구를 계속하며 꿈을 좇도록 설득했습니다. 그는 이후 이라크 역대 득점 순위 5위에 오른 선수가 되었고, 메소포타미아의 사자들이 40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골을 넣었습니다. 이번 월드컵 노르웨이 전에서는 수비진을 넘어 1986년 이후 이라크의 첫 월드컵 득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후세인과 고국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수백만 명에게 이번 대회는 깊은 전환점을 의미합니다. 그는 팀의 역사적인 본선 진출 이후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새로운 역사가 쓰이고 있습니다.”

 



숫자 뒤에 있는 사람들

올해 월드컵은 어떤 나라도 위기만으로 정의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 줍니다. 고국에서 마주한 문제들은 매우 현실적이지만, 이러한 순간들은 그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보여줍니다.


컨선월드와이드는 1994년부터 아이티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2018년부터 이라크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그동안 컨선월드와이드는 분쟁, 자연재해, 경제 위기가 가져온 가장 혹독한 상황 속에서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함께해 왔습니다.


우리는 세계 무대 위의 그들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그들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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