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이 없어 심하게 굶주리는 상태를 뜻하는 ‘기아’. 오늘도 이 치명적인 굶주림은 세계 곳곳에서 많은 이들의 생명을 위협합니다. 기아가 발생하는 현장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날 심각한 식량위기가 발생하는 많은 지역이 ‘분쟁’의 영향 아래 있다는 사실입니다. ‘분쟁과 기아’ 시리즈는 이 무거운 두 단어 사이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앞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를 통해 분쟁이 어떻게 사람들의 식탁을 비우고, 생계를 무너뜨리며, 결국 기아로 이어지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집, 그리고 밥
집을 떠올리면 어떤 장면이 그려지시나요? 혹시 따뜻한 밥 한 상 차려진 집의 모습이 떠오르지는 않나요? 누군가의 상상 속 집 한편에는 된장찌개 냄새가 폴폴 나는 따뜻한 식탁이 그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집이라는 공간에 빠질 수 없는 것은 따뜻한 밥입니다. 이번 분쟁과 기아 시리즈에서는 ‘집’, 그리고 ’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먼저 ‘집’입니다.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전 세계에 강제로 집을 떠난 사람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전 세계 난민은 4,160만 명에 달했습니다. 여기에 망명을 신청한 비호신청자 900만 명과 분쟁과 폭력으로 자국 안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국내실향민 6,870만 명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 강제이주민은 1억 1,780만 명에 이릅니다.
다음은 ‘밥’입니다. 2025 세계기아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영양부족 인구는 약 6억 7,300만 명으로, 2016년보다 거의 1억 명 더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생명과 생계가 즉각적인 위협을 받는 급성 식량불안은 일부 국가에 더욱 집중되어 있습니다. 식량위기 대응 글로벌 네트워크(GNAFC)에 따르면, 2025년 높은 수준의 급성 식량불안을 겪는 인구의 약 3분의 2는 단 10개국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식량위기를 겪는 사람들과 서로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높은 수준의 급성 식량불안을 겪는 인구가 가장 많은 10개국 가운데 6개국은 강제이주 규모가 가장 큰 10개국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단, 시리아, 방글라데시,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미얀마가 바로 그 나라들입니다. 이는 강제이주와 식량위기가 얼마나 깊이 겹쳐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부룬디의 무세니 난민 캠프의 모습
어쩔 수 없이 떠나는 사람들
집을 떠난 뒤에도 식량위기라는 또 다른 어려움에 놓이게 된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됩니다. 무엇이 이들을 삶의 터전 밖으로 내몰았을까요? 강제이주의 원인은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분쟁과 폭력, 박해와 인권침해, 치안 불안, 재난과 기후 충격, 경제 붕괴가 서로 겹치며 사람들을 삶의 터전에서 밀어냅니다.
그러나 식량위기와 연결해 볼 때 가장 두드러지는 원인이 있습니다. 바로 분쟁과 치안 불안입니다. 식량위기 대응 글로벌 네트워크(GNAFC)가 발행한 2026 글로벌 식량위기 보고서(GRFC)에 따르면 식량위기를 겪는 국가의 국내실향민 중 약 73%는 분쟁과 치안 불안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익숙한 집과 이웃, 일자리와 학교를 뒤로한 채 떠나는 생존을 위한 마지막 선택, 그 이면에는 분쟁이라는 분명한 원인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 콩고민주공화국 고마 외곽에 위치한 불렝고 국내실향민 캠프의 모습
분쟁과 강제이주가 기아로 이어지는 4가지 경로
앞서 살펴본 것처럼, 분쟁은 사람들을 삶의 터전에서 밀어내고 강제이주는 다시 식량위기의 위험을 키웁니다. 그렇다면 분쟁과 강제이주는 어떤 과정을 거쳐 기아로 이어질까요? 그 경로는 크게 네 가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1) 생계의 단절
강제이주가 기아로 이어지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생계의 단절입니다. 집을 떠난다는 것은 단순히 잠잘 곳을 잃는 일이 아닙니다. 농민에게는 밭과 가축을 두고 떠나는 일이고, 노동자에게는 일터를 잃는 일이며, 상인에게는 가게와 시장, 고객을 잃는 일입니다. 아이들에게는 학교와 급식, 보건 서비스를 잃는 일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지역에 도착하더라도 당장 일자리를 찾거나 농사를 시작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식량을 직접 생산할 수도, 시장에서 충분히 구입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때 기아는 식량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에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시장에 식량이 있어도 그것을 살 돈이 없을 때, 사람들은 굶주림에 가까워집니다.
2) 지원 접근의 차단
강제이주민들이 겪는 또 다른 어려움은 신분증과 법적 지위의 문제입니다. 피난 과정에서 신분증을 잃어버리거나, 등록 절차를 밟지 못하거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지면 필요한 지원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난민과 국내실향민에게 신분증은 단순한 행정 서류가 아닙니다. 그것은 식량 배급과 현금 지원에 등록하고, 병원과 학교를 이용하며, 일자리를 찾기 위한 중요한 통로가 됩니다.
신분증이 없거나 등록되지 못한 사람들은 법적 보호와 행정 서비스, 사회적 연결망에서 배제되기 쉽습니다. 식량 지원 대상에서 빠지거나, 현금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보건·영양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난민의 경우에는 법적 지위와 언어 장벽이 더해져 일자리를 구하거나 공식적인 지원 체계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국내실향민 역시 국경을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제적 보호 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이거나, 분쟁 지역 안에서 계속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 모코토에서 사업 참가자들이 긴급 지원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밀가루와 비식량 구호물품, 위생 키트가 제공되었습니다.
3) 영양 위험의 심화
강제이주 상황에서 가장 큰 위험에 놓이는 이들은 아동, 임산부와 수유부, 노인, 장애인, 만성질환자와 같은 취약한 사람들입니다. 특히 아동에게 급성 영양실조는 단순한 배고픔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가 됩니다. 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아동들은 안정적인 식사와 보건 서비스를 동시에 잃기 쉽습니다. 피난 과정에서 깨끗한 물과 위생 시설에 접근하기 어려워지면 설사병과 감염병 위험도 커지고, 이는 영양실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충분한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과 질병에 더 자주 노출되는 것이 겹치면, 아이들의 몸은 더 빠르게 약해집니다.
실제로 나이지리아 요베주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실향 상태에 있는 아동은 수용 공동체 아동보다 급성 영양실조를 겪을 가능성이 57%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강제이주가 단순히 거주지를 잃는 문제가 아니라, 아동의 건강과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예멘 알살람 국내실향민 캠프에서 한 아이가 물을 긷기 위해 컨선이 설치한 급수지점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4) 지역사회 전체의 위기
강제이주는 실향민만의 위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피난 온 사람들이 한 지역으로 몰려오면 이들을 받아들이는 수용 공동체도 같은 식량과 물, 일자리, 보건 서비스를 나누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친척과 이웃, 지역 주민들의 연대로 시작된 수용이 시간이 지날수록 큰 부담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실향민이 유입되면 지역 시장의 식량 수요는 늘어납니다. 그러나 분쟁으로 도로와 교역로가 끊기고, 시장 접근이 어려워지고, 물류비가 오르면 식량 공급은 쉽게 늘어나지 못합니다. 그 결과 식량 가격이 상승하고, 실향민뿐 아니라 수용 공동체 주민들도 같은 식량위기를 함께 겪게 됩니다. 같은 식량을 더 많은 사람이 나누어야 하기 때문에 가구의 식사량은 줄고, 더 값싸고 영양가 낮은 음식에 의존하는 경우도 늘어납니다. 결국 강제이주는 한 가족의 피난으로 끝나지 않고, 지역사회 전체의 식량과 생계, 서비스 체계를 흔드는 위기로 확산됩니다.
낯선 땅에 삶의 기반을 다시 세우는 일
컨선은 전 세계 여러 분쟁 지역에서 집을 잃고 식량위기에 놓인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다시 삶의 기반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컨선의 지원은 강제이주로 끊어진 삶의 기반을 다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분쟁을 피해 집을 떠난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식량만이 아닙니다. 깨끗한 물, 위생시설, 보건·영양 서비스, 그리고 최소한의 안전한 생활환경이 함께 필요합니다. 물을 구할 곳이 없고, 아이가 아플 때 찾아갈 보건시설이 멀어지고, 씻을 수 있는 환경이 무너지면 굶주림은 질병과 영양실조로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예멘은 이러한 연결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0년 넘게 이어진 분쟁은 수많은 사람들을 삶의 터전에서 밀어냈고, 식량위기와 물 부족, 보건 서비스 붕괴는 국내실향민과 취약 가구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컨선은 예멘에서 보건·영양 서비스와 식수위생 지원을 제공하며, 국내실향민 캠프의 급수 시설을 보수하고 위생 환경을 개선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물을 공급하는 일이 아니라, 질병을 막고 영양실조의 위험을 줄이며, 사람들이 위기 속에서도 최소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분쟁은 사람들에게서 집을 빼앗고, 집을 잃은 사람들은 밥을 구할 힘마저 잃습니다. 그러나 적절한 지원이 이어질 때 사람들은 깨끗한 물을 마시고, 아이의 건강을 지키며, 다시 삶을 회복할 출발점에 설 수 있습니다. 컨선이 예멘의 국내실향민과 취약 가구를 대상으로 보건·영양, 식수위생 지원을 함께 제공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예멘 라흐즈 주 투반 지역의 한 실향민 캠프에서 컨선 스태프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피드백과 민원 제기 절차에 대한 인식 개선 세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 심하게 굶주리는 상태를 뜻하는 ‘기아’. 오늘도 이 치명적인 굶주림은 세계 곳곳에서 많은 이들의 생명을 위협합니다. 기아가 발생하는 현장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날 심각한 식량위기가 발생하는 많은 지역이 ‘분쟁’의 영향 아래 있다는 사실입니다. ‘분쟁과 기아’ 시리즈는 이 무거운 두 단어 사이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앞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를 통해 분쟁이 어떻게 사람들의 식탁을 비우고, 생계를 무너뜨리며, 결국 기아로 이어지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집을 떠올리면 어떤 장면이 그려지시나요? 혹시 따뜻한 밥 한 상 차려진 집의 모습이 떠오르지는 않나요? 누군가의 상상 속 집 한편에는 된장찌개 냄새가 폴폴 나는 따뜻한 식탁이 그려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집이라는 공간에 빠질 수 없는 것은 따뜻한 밥입니다. 이번 분쟁과 기아 시리즈에서는 ‘집’, 그리고 ’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먼저 ‘집’입니다.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전 세계에 강제로 집을 떠난 사람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전 세계 난민은 4,160만 명에 달했습니다. 여기에 망명을 신청한 비호신청자 900만 명과 분쟁과 폭력으로 자국 안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국내실향민 6,870만 명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 강제이주민은 1억 1,780만 명에 이릅니다.
다음은 ‘밥’입니다. 2025 세계기아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영양부족 인구는 약 6억 7,300만 명으로, 2016년보다 거의 1억 명 더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생명과 생계가 즉각적인 위협을 받는 급성 식량불안은 일부 국가에 더욱 집중되어 있습니다. 식량위기 대응 글로벌 네트워크(GNAFC)에 따르면, 2025년 높은 수준의 급성 식량불안을 겪는 인구의 약 3분의 2는 단 10개국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식량위기를 겪는 사람들과 서로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높은 수준의 급성 식량불안을 겪는 인구가 가장 많은 10개국 가운데 6개국은 강제이주 규모가 가장 큰 10개국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단, 시리아, 방글라데시,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미얀마가 바로 그 나라들입니다. 이는 강제이주와 식량위기가 얼마나 깊이 겹쳐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집을 떠난 뒤에도 식량위기라는 또 다른 어려움에 놓이게 된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됩니다. 무엇이 이들을 삶의 터전 밖으로 내몰았을까요? 강제이주의 원인은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분쟁과 폭력, 박해와 인권침해, 치안 불안, 재난과 기후 충격, 경제 붕괴가 서로 겹치며 사람들을 삶의 터전에서 밀어냅니다.
그러나 식량위기와 연결해 볼 때 가장 두드러지는 원인이 있습니다. 바로 분쟁과 치안 불안입니다. 식량위기 대응 글로벌 네트워크(GNAFC)가 발행한 2026 글로벌 식량위기 보고서(GRFC)에 따르면 식량위기를 겪는 국가의 국내실향민 중 약 73%는 분쟁과 치안 불안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익숙한 집과 이웃, 일자리와 학교를 뒤로한 채 떠나는 생존을 위한 마지막 선택, 그 이면에는 분쟁이라는 분명한 원인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분쟁은 사람들을 삶의 터전에서 밀어내고 강제이주는 다시 식량위기의 위험을 키웁니다. 그렇다면 분쟁과 강제이주는 어떤 과정을 거쳐 기아로 이어질까요? 그 경로는 크게 네 가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1) 생계의 단절
강제이주가 기아로 이어지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생계의 단절입니다. 집을 떠난다는 것은 단순히 잠잘 곳을 잃는 일이 아닙니다. 농민에게는 밭과 가축을 두고 떠나는 일이고, 노동자에게는 일터를 잃는 일이며, 상인에게는 가게와 시장, 고객을 잃는 일입니다. 아이들에게는 학교와 급식, 보건 서비스를 잃는 일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지역에 도착하더라도 당장 일자리를 찾거나 농사를 시작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식량을 직접 생산할 수도, 시장에서 충분히 구입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때 기아는 식량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에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시장에 식량이 있어도 그것을 살 돈이 없을 때, 사람들은 굶주림에 가까워집니다.
2) 지원 접근의 차단
강제이주민들이 겪는 또 다른 어려움은 신분증과 법적 지위의 문제입니다. 피난 과정에서 신분증을 잃어버리거나, 등록 절차를 밟지 못하거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지면 필요한 지원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난민과 국내실향민에게 신분증은 단순한 행정 서류가 아닙니다. 그것은 식량 배급과 현금 지원에 등록하고, 병원과 학교를 이용하며, 일자리를 찾기 위한 중요한 통로가 됩니다.
신분증이 없거나 등록되지 못한 사람들은 법적 보호와 행정 서비스, 사회적 연결망에서 배제되기 쉽습니다. 식량 지원 대상에서 빠지거나, 현금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보건·영양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난민의 경우에는 법적 지위와 언어 장벽이 더해져 일자리를 구하거나 공식적인 지원 체계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국내실향민 역시 국경을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제적 보호 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이거나, 분쟁 지역 안에서 계속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 모코토에서 사업 참가자들이 긴급 지원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밀가루와 비식량 구호물품, 위생 키트가 제공되었습니다.
3) 영양 위험의 심화
강제이주 상황에서 가장 큰 위험에 놓이는 이들은 아동, 임산부와 수유부, 노인, 장애인, 만성질환자와 같은 취약한 사람들입니다. 특히 아동에게 급성 영양실조는 단순한 배고픔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가 됩니다. 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아동들은 안정적인 식사와 보건 서비스를 동시에 잃기 쉽습니다. 피난 과정에서 깨끗한 물과 위생 시설에 접근하기 어려워지면 설사병과 감염병 위험도 커지고, 이는 영양실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충분한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과 질병에 더 자주 노출되는 것이 겹치면, 아이들의 몸은 더 빠르게 약해집니다.
실제로 나이지리아 요베주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실향 상태에 있는 아동은 수용 공동체 아동보다 급성 영양실조를 겪을 가능성이 57%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강제이주가 단순히 거주지를 잃는 문제가 아니라, 아동의 건강과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예멘 알살람 국내실향민 캠프에서 한 아이가 물을 긷기 위해 컨선이 설치한 급수지점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4) 지역사회 전체의 위기
강제이주는 실향민만의 위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피난 온 사람들이 한 지역으로 몰려오면 이들을 받아들이는 수용 공동체도 같은 식량과 물, 일자리, 보건 서비스를 나누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친척과 이웃, 지역 주민들의 연대로 시작된 수용이 시간이 지날수록 큰 부담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실향민이 유입되면 지역 시장의 식량 수요는 늘어납니다. 그러나 분쟁으로 도로와 교역로가 끊기고, 시장 접근이 어려워지고, 물류비가 오르면 식량 공급은 쉽게 늘어나지 못합니다. 그 결과 식량 가격이 상승하고, 실향민뿐 아니라 수용 공동체 주민들도 같은 식량위기를 함께 겪게 됩니다. 같은 식량을 더 많은 사람이 나누어야 하기 때문에 가구의 식사량은 줄고, 더 값싸고 영양가 낮은 음식에 의존하는 경우도 늘어납니다. 결국 강제이주는 한 가족의 피난으로 끝나지 않고, 지역사회 전체의 식량과 생계, 서비스 체계를 흔드는 위기로 확산됩니다.
컨선은 전 세계 여러 분쟁 지역에서 집을 잃고 식량위기에 놓인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다시 삶의 기반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컨선의 지원은 강제이주로 끊어진 삶의 기반을 다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분쟁을 피해 집을 떠난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식량만이 아닙니다. 깨끗한 물, 위생시설, 보건·영양 서비스, 그리고 최소한의 안전한 생활환경이 함께 필요합니다. 물을 구할 곳이 없고, 아이가 아플 때 찾아갈 보건시설이 멀어지고, 씻을 수 있는 환경이 무너지면 굶주림은 질병과 영양실조로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예멘은 이러한 연결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0년 넘게 이어진 분쟁은 수많은 사람들을 삶의 터전에서 밀어냈고, 식량위기와 물 부족, 보건 서비스 붕괴는 국내실향민과 취약 가구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컨선은 예멘에서 보건·영양 서비스와 식수위생 지원을 제공하며, 국내실향민 캠프의 급수 시설을 보수하고 위생 환경을 개선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물을 공급하는 일이 아니라, 질병을 막고 영양실조의 위험을 줄이며, 사람들이 위기 속에서도 최소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분쟁은 사람들에게서 집을 빼앗고, 집을 잃은 사람들은 밥을 구할 힘마저 잃습니다. 그러나 적절한 지원이 이어질 때 사람들은 깨끗한 물을 마시고, 아이의 건강을 지키며, 다시 삶을 회복할 출발점에 설 수 있습니다. 컨선이 예멘의 국내실향민과 취약 가구를 대상으로 보건·영양, 식수위생 지원을 함께 제공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