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분쟁과 부족한 지원 속에서 생존을 위해 떠밀린 수많은 삶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2025년 4월 발표된 유엔난민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자신의 집과 고향을 떠난 사람들의 수는 약 1억 2,320만 명에 달합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난민이 늘어나고 있지만 인도적 지원은 줄어드는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난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난민이 누구인지, 왜 난민이 되는지,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난민에 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난민을 둘러싼 용어들

난민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몇 가지 중요한 용어부터 살펴보려고 하는데요. ‘난민’, ‘국내실향민’, ‘난민 신청자’ 등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 용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 개념들을 정확히 이해하면 난민 문제를 더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에 사는 네 아이의 아버지 펠릭스(가명) 씨는 농장과 땅이 파괴되고 친구들이 살해당하는 등 여러 차례 공격을 받았지만 살아남았습니다. 4개월 전, 펠릭스 씨는 아들과 함께 짐을 챙길 겨를도 없이 도망쳤습니다. 현재 펠릭스 씨는 컨선월드와이드가 덴마크난민위원회와 협력해 지원하는 개별보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전쟁이나 박해를 피해 국경을 넘어 도망친 사람은 ‘난민(refugee)’이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고국으로 돌아가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제법상 특별한 보호를 받습니다. 대표적인 원칙이 ‘강제송환금지’로 난민이 원하지 않는 한 위험한 고국으로 돌려보내선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난민은 교육, 일자리, 보건의료, 이동의 자유 등 다양한 권리를 보장받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권리가 자주 침해되곤 합니다.

국경을 넘지 않고 자국 내에서 피신한 사람은 ‘국내실향민(IDP, Internally Displaced Person)’이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난민과 비슷한 이유로 집을 떠났지만 국제법상 난민과 같은 법적 보호는 받지 못합니다. 국내실향민은 법적 지위가 아닌 설명적 개념이기 때문에 각국 정부의 의지에 따라 보호 수준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피난민이 바로 국내실향민이며 동시에 가장 취약한 집단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난민신청자(asylum-seeker)’는 국제적 보호를 요청했지만 아직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사람입니다. 모든 난민은 처음엔 난민신청자로 시작하지만 신청자 모두가 난민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닙니다.

더 나은 삶을 찾아 다른 지역이나 국가로 이동한 사람은 ‘이주민(migrant)’이라 일컫습니다. 생존을 위한 이동일 수 있지만 난민과는 달리 박해나 폭력을 직접 피해 이동한 것은 아닙니다.

국적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무국적자(stateless person)’는 어떤 나라에서도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을 말합니다. 이들은 법적 사각지대에 놓이며 극심한 차별과 불안정에 시달리기 쉽습니다.

난민이지만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

흔히 '난민'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난민 신청자’로 남거나 난민 신청조차 하지 못한 채 비공식적인 체류 상태에 놓여 있으며, 제도적 보호에서도 배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분쟁이나 재난을 피해 국경을 넘지 못한 채 국내에 머무는 실향민이나, 국경을 넘었더라도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은 국제법의 보호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국제이주기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약 540만 명이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람들로 법적 보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법적 지위’와 ‘실제 상황’ 사이의 간극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이는 이주자들의 불안정성과 취약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난민과 유사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보완적인 보호 체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차드 동부의 난민 캠프에서 네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하밀라(가명) 씨의 모습 

모든 난민들이 전쟁 때문에 집을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분쟁은 난민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난민 지위는 고국으로 돌아갈 경우 생명이 위협받는다는 것을 입증해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분쟁이나 폭력 상황은 이를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사례로 꼽힙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는 이유에는 다른 이유들도 있습니다. 난민 발생의 세 가지 주요 원인을 소개합니다.

분쟁은 흔히 폭력의 형태로 나타나며, 이는 인권 침해와 박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폭력이 반드시 분쟁인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로힝야 위기는 이러한 맥락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로힝야는 무국적 소수민족으로, 수십 년간 구조적인 박해를 받아왔으며, 특히 2017년 미얀마 라카인 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탄압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난민 사태를 초래했습니다.

기아와 굶주림도 사람들을 떠나게 만드는 주요 원인입니다. 기아는 생존 자체를 위협하며 사람들이 언제 어디로 이동할지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 환경적 위험도 이주의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환경적 위협은 종종 분쟁, 식량 부족 등의 문제와 얽혀 나타나며, 최근 몇 년간 그 발생 빈도와 피해 규모가 급격히 증가해왔습니다. 기후로 인해 발생하는 국내실향민 수는 매년 약 2천 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예멘 난민캠프의 이재민들이 컨선월드와이드의 지원으로 위생용품을 수령하고 있습니다

위험한 난민? 난민들은 오히려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

대부분의 난민은 임시로 머무는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없으며, 정식 주거를 얻는 일에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또한 난민들은 폭력의 가해자인 경우보다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특히 여성과 아동은 성폭력, 착취, 폭행 등에 더 쉽게 노출되며, 식량이나 생필품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곤 합니다.

현재 위기의 진짜 문제는 ‘수용 능력’에 있습니다. 약 4천만 명에 이르는 난민에게 최소한의 생필품을 제공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일은 말 그대로 엄청난 과제입니다. 게다가 난민 대부분이 분쟁이나 불안정이 지속되는 이웃 국가에 머물고 있어 지원 물자를 전달하는 일조차 쉽지 않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난민을 받아들인 지역사회가 수년, 심지어 수십 년간 부담을 떠안게 되는 상황이 생기고 있습니다.

소말리아에 사는 칼라소(가명) 씨는 반복되는 가뭄으로 인해 다섯 아이들을 데리고 난민 캠프로 이주했습니다.

난민도 권리를 가진 시민입니다

유엔의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인간이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 선언에는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에 피난을 요청할 권리도 포함됩니다. 많은 난민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하지만, 자국의 위험 때문에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랜 시간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난민들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식수, 주거 또는 임시 거처, 보건의료(산모 건강과 정신 건강 포함), 교육, 일자리와 경제적 지원, 안전과 보호와 같은 기본적인 삶의 조건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합니다.

남수단 웨드바일 난민캠프의 찻집 주인 난민 카지마(가명) 씨와 자녀들의 모습. 

컨선월드와이드의 난민 지원 활동

긴급구호활동은 컨선월드와이드의 핵심 활동 중 하나이며, 난민을 받아들인 지역사회와 협력해 온 컨선월드와이드의 경험은 거의 60년에 달합니다. 컨선은 난민과 지역사회 모두와 협력해 대규모 난민 이주가 두 집단에 미치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식량, 임시 거처, 보호, 비식량 필수품 등을 통해 가장 시급한 필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기술훈련, 생계수단 개발, 심리사회적 지원 등 장기적인 해결책도 함께 모색하고 있습니다. 또한 난민캠프 아동의 교육, 가족 돌봄, 안전한 공간 제공 등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컨선월드와이드는 시리아 난민을 위한 레바논 임시 대피소 재건, 남수단과 차드에서의 수단 난민 지원 등 전 세계 22개국에서 50건의 긴급 상황에 대응하며 1,6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지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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