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03. 28.
컨선월드와이드는 인도주의 단체로서 전세계 극빈층 사람들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곁에서 묵묵히 지원합니다.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문제를 맞닥트리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과 해법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저희 컨선월드와이드의 방식입니다. 하지만 때때로 저희도 크고 분명한 목소리를 냅니다. 특히 그 만큼 엄중한 시대적 도전 앞에서는요. 동아프리카 식량위기에 대해, 도미닉 맥솔리 컨선월드와이드 CEO가 The Irish Times에 기고를 했습니다. 그 전문을 공유합니다.
"남수단 기근은 정치 리더십의 실패"
2월 29일, 우리는 두 번 다시 보지 말아야 할 뉴스를 마주했다. 남수단의 일부 지역이 6년만에 기근을 선포했다는 기사였다. 헤드라인 아래에 북부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예멘이 "기근 직전(imminent famine)" 국가들로 언급되었다. 그 숫자들은 이미 2천만 명에 달한다. 세계는 지금 1945년 (제2차세계대전) 이래, 최대 규모의 인도주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1년 안에 네 개국에서 기근이 선포된다면 현대사는 전대 미문의 위기상황을 맞아야만 할 것이다.
남수단 일부 지역의 공식 기근 선포는 사망자, 영양실조, 기아 등이 이미 특정 수치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기근 상황은 2년 정도 되었을 것이다. 불충분한 정보로 공식 선언이 늦어졌을 뿐이다. 이는 최근 몇 달의 신속한 대응을 늦췄고 식량 확보를 더 악화시켰다.
기근의 주요인은 갈등(Conflict)이다. 갈등으로 인해 인구의 40%가 남수단을 떠나 긴급지원이 필요한 상황에 처했으며, 3백만 명 이상이 강제적으로 고향을 떠나게 되었다. 가족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 땅, 가축, 그리고 아이들까지. 그리고 그 마저도 얼마 남지 않은 초목에서 살아가기 위해 계속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소말리아, 예멘, 북부 나이지리아도 모두 비슷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있다. 네 국가들은 모두 갈등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다. 또 그 갈등은 지역 전역에 깊이 스며든 빈곤이라는 복합적이고 오래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심각한 식량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수많은 지역에서 떠오르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은 예측가능한 사태였다. 허리케인이나 지진과 달리, 기근은 갑자기 출몰하지 않는다. 비극적인 식량 위기 지점에 도달하는 데에는 수년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피할 수 있었던 비극
우리는 기근이 언제 어디에서 발생하는지에 대한 지식(the contextual knowledge), 기술, 그리고 초기 경보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기근을 예방할 시간은 언제나 충분하다. 2016년 내내 네 국가의 식량 위기에 대한 경보가 울렸다. 하지만 충분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응은 실패했다. 세계는 마치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이 텔레비전에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너무나 늦다.
우리가 신속 대응 필요성에 대해 확신이 없다면 우리는 기근이 벌이는 일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근은 사람을 죽인다. 그것도 가장 연약한 아이들과 노인을 가장 먼저. 그리고 생존자들에게 장기간 영향을 미친다. 급성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은 충분한 영양을 회복한 뒤에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영구적인 흔적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이는 정말 비극이다. 왜냐하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근은 그 자체가 실패 선언이다. 미리 예방하지 못했다는 실패의 선언. 기근은 갈등이 곪아 터지고 사회와 경제가 하나하나 무너져 내릴 때 찾아온다.
최악의 식량 위기를 피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 이들 지역 사람들의 굶주림은 결코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 두 가지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는 신속한 기금 조성이다. 이는 더 많은 인도적 지원을 가능하게 한다. 둘째는 인도주의 단체가 굶주리는 사람들에 대해 제약없이 접근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두 방안은 특정 지역에 대한 식량 원조 봉쇄를 해결하고 최단기간내 안전한 인도주의 지원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는 불가능하지 않다. 리더십만 있다면 모든 것은 가능하다.
우리 세대가 대응해야 할 시대적 도전
갈등과 기아라는 비극적 역사를 겪은 아일랜드는 살아남는 것과 정치갈등 희생양의 고난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무고한 사람들을 굶주림과 죽음의 골짜기로 내모는지도 알고 있다. 그 경험들은 우리가 마땅히 권위있는 인도주의적 목소리를 내고, 나아가 그 책임까지 다하도록 명령한다.
하나의 세대는 그들이 살아가는 시대의 어려운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정의된다. 우리는 오늘날 전 세계의 전례 없는 수준의 피난, 기아, 고통에 무뎌지는 것을 내버려둘 수 없다. 아일랜드는 강대국들과 함께 크고 일관성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생명을 살리는 구호활동을 확대하기 위해 당장 40억 달러의 기금이 조성될 수 있도록 촉구해야만 한다.
기근 선포는 이를 예방하는 정치 리더십의 실패 선언이나 다름 없다. 기근에 직면한 국가가 동시에 네 개가 되었다는 사실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를 막거나 적절하게 대응해야 할 국제 커뮤니티의 계속된 실패는 받아들일 수 없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대통령은 이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재임 기간동안 기근은 없다. No famine on my watch"는 방침을 천명했다. 그의 의도는 정치적일 뿐만 아니라 이타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 행정부가 다가오는 식량 위기를 초기에 더 빠르게 대응하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누가 지켜보고 있는가.
- Dominic MacSorley, CEO, Concern Worldwide (2017. 03. 24.)
Photo: Albert Gonzalez Farran/AFP/Ge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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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보도 원문: "South Sudan famine results from failure of political will" The Irish Times (2017.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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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 기근은 정치 리더십의 실패"
2월 29일, 우리는 두 번 다시 보지 말아야 할 뉴스를 마주했다. 남수단의 일부 지역이 6년만에 기근을 선포했다는 기사였다. 헤드라인 아래에 북부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예멘이 "기근 직전(imminent famine)" 국가들로 언급되었다. 그 숫자들은 이미 2천만 명에 달한다. 세계는 지금 1945년 (제2차세계대전) 이래, 최대 규모의 인도주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1년 안에 네 개국에서 기근이 선포된다면 현대사는 전대 미문의 위기상황을 맞아야만 할 것이다.
남수단 일부 지역의 공식 기근 선포는 사망자, 영양실조, 기아 등이 이미 특정 수치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기근 상황은 2년 정도 되었을 것이다. 불충분한 정보로 공식 선언이 늦어졌을 뿐이다. 이는 최근 몇 달의 신속한 대응을 늦췄고 식량 확보를 더 악화시켰다.
기근의 주요인은 갈등(Conflict)이다. 갈등으로 인해 인구의 40%가 남수단을 떠나 긴급지원이 필요한 상황에 처했으며, 3백만 명 이상이 강제적으로 고향을 떠나게 되었다. 가족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 땅, 가축, 그리고 아이들까지. 그리고 그 마저도 얼마 남지 않은 초목에서 살아가기 위해 계속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소말리아, 예멘, 북부 나이지리아도 모두 비슷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있다. 네 국가들은 모두 갈등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다. 또 그 갈등은 지역 전역에 깊이 스며든 빈곤이라는 복합적이고 오래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심각한 식량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수많은 지역에서 떠오르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은 예측가능한 사태였다. 허리케인이나 지진과 달리, 기근은 갑자기 출몰하지 않는다. 비극적인 식량 위기 지점에 도달하는 데에는 수년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피할 수 있었던 비극
우리는 기근이 언제 어디에서 발생하는지에 대한 지식(the contextual knowledge), 기술, 그리고 초기 경보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기근을 예방할 시간은 언제나 충분하다. 2016년 내내 네 국가의 식량 위기에 대한 경보가 울렸다. 하지만 충분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응은 실패했다. 세계는 마치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이 텔레비전에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너무나 늦다.
우리가 신속 대응 필요성에 대해 확신이 없다면 우리는 기근이 벌이는 일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근은 사람을 죽인다. 그것도 가장 연약한 아이들과 노인을 가장 먼저. 그리고 생존자들에게 장기간 영향을 미친다. 급성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은 충분한 영양을 회복한 뒤에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영구적인 흔적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이는 정말 비극이다. 왜냐하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근은 그 자체가 실패 선언이다. 미리 예방하지 못했다는 실패의 선언. 기근은 갈등이 곪아 터지고 사회와 경제가 하나하나 무너져 내릴 때 찾아온다.
최악의 식량 위기를 피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 이들 지역 사람들의 굶주림은 결코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 두 가지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는 신속한 기금 조성이다. 이는 더 많은 인도적 지원을 가능하게 한다. 둘째는 인도주의 단체가 굶주리는 사람들에 대해 제약없이 접근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두 방안은 특정 지역에 대한 식량 원조 봉쇄를 해결하고 최단기간내 안전한 인도주의 지원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는 불가능하지 않다. 리더십만 있다면 모든 것은 가능하다.
우리 세대가 대응해야 할 시대적 도전
갈등과 기아라는 비극적 역사를 겪은 아일랜드는 살아남는 것과 정치갈등 희생양의 고난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무고한 사람들을 굶주림과 죽음의 골짜기로 내모는지도 알고 있다. 그 경험들은 우리가 마땅히 권위있는 인도주의적 목소리를 내고, 나아가 그 책임까지 다하도록 명령한다.
하나의 세대는 그들이 살아가는 시대의 어려운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정의된다. 우리는 오늘날 전 세계의 전례 없는 수준의 피난, 기아, 고통에 무뎌지는 것을 내버려둘 수 없다. 아일랜드는 강대국들과 함께 크고 일관성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생명을 살리는 구호활동을 확대하기 위해 당장 40억 달러의 기금이 조성될 수 있도록 촉구해야만 한다.
기근 선포는 이를 예방하는 정치 리더십의 실패 선언이나 다름 없다. 기근에 직면한 국가가 동시에 네 개가 되었다는 사실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를 막거나 적절하게 대응해야 할 국제 커뮤니티의 계속된 실패는 받아들일 수 없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대통령은 이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재임 기간동안 기근은 없다. No famine on my watch"는 방침을 천명했다. 그의 의도는 정치적일 뿐만 아니라 이타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 행정부가 다가오는 식량 위기를 초기에 더 빠르게 대응하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누가 지켜보고 있는가.
- Dominic MacSorley, CEO, Concern Worldwide (2017. 0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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