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05. 08.
지난 2일, 이준모 컨선월드와이드 한국대표가 경제일간지 아주경제에 시리아 내전 6년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동아프리카 식량위기와 더불어 양대 인도주의 이슈 중 하나인 시리아 내전에서 한국의 인도주의는 과연 어떤 성적을 거두었을까요. 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
시리아에 한국은 없다
지난 6년간 국제뉴스의 한 축은 시리아 내전이었다. 시리아는 전쟁과 난민이라는 이미지로 우리에게 각인되었다. 지난달 4일(이하 현지시간)에는 또다시 가슴이 멜 만큼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해 어린이 31명을 포함한 시민 9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폭탄이 아니더라도 이미 일상화된 폭력과 질병, 그리고 냉소로 인해 국경 안팎의 모든 시리아인의 삶이 나날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시리아를 걱정했고 돕기를 원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시리아를 돕는 한국의 성적은 초라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시리아에 한국은 없다.
유엔은 목소리를 높였다. 화학무기 공격 다음날인 5일 유엔은 시리아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결단을 촉구하는 ‘시리아 및 주변국의 미래를 위한 브뤼셀 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는 장기화된 시리아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확보하고 제네바 평화회담 등 정치적 의지를 집결시키기 위한 자리였다. 또한 화학무기 공격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브뤼셀 회의는 성과가 있었다. 40여개 참석국과 NGO를 포함한 국제기구들이 올해 60억 달러*(약 6조 8000억 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그 중 24개 국가는 2020년까지 37억 달러의 추가 지원도 약속했다.
한국 정부는 브뤼셀 회의에서 올해 1400만 달러**(약 160억 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 이전의 시리아 지원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액이다. 하지만 기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의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16년 공적개발원조(ODA) 금액이 한국보다 적은 핀란드,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포르투갈과 같은 회원국도 한국보다 최대 두 배 이상의 지원금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본은 2억 6000만 달러(약 3000억 원) 지원을 약속하며 아시아에서의 인도주의 리더십을 분명히 했다. 중국도 2900만 달러(약 327억 원)로 한국보다 두 배의 규모를 약속했다. 게다가 한국 정부의 지원은 국가와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기 때문에, 시리아인들에게 한국이 손을 내미는 국가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월드컵을 가기 위해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이겨야 하는 국가로만 인식하고 있지 않을까.
그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민간지원에서는 어떤가? 한국 국제구호단체의 시리아 지원은 더 할 말이 없다. 2016년말 기준, 우리나라 국민이 시리아를 돕기 위해 보낸 후원금은 인터넷에 공지된 금액 만 3억 원, 알리지 않고 보낸 후원금을 감안하더라도 5억원을 넘긴 힘들 것이다. 시리아 이슈가 이미 7년 째에 접어들었음을 감안하면 우리는 사실상 시리아 사태에 눈을 감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시리아에는 시리아인과 군인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쟁과 기근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그들을 돕는 사람들이 있다. UN이나 국제기구가 들어 가지 못하는 지역까지 들어가서 의료, 보건, 식량, 주거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세계 각지에서 온 긴급구호 활동가들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게는 접근이 금지된 지역이고, 직접 돕기 위해서는 큰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터키와 레바논에 있는 난민지원은 한국에서도 가능 할 뿐만 아니라, 몇 해 전부터 한 시리아인 유학생이 고국의 가족과 친구들을 돕기 위해 스스로 단체를 만들고 한국과 터키를 오가며 목이 터져라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우리의 대답은 미미했다.
2016년부터 시작된 UN의 지속가능한개발목표(SDG)의 캐치프레이즈는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게 하겠다(No One left behind)’는 것이다.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영웅이 필요한가?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글로벌 리더’이자 ‘세계를 향한 영향력’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치는 청년기를 거쳐 장년기로 올라섰다. 특히 한국전쟁이라는 어려운 시절을 딛고 일어선 중견국가 한국에게 개발협력 강국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친구가 넘어 졌을 때 일으켜 줘야 한다고 가르치고, 함께 일으켜 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지 않은가. 이는 정부뿐만 아니라 한국의 단체와 시민 모두에게 해당된다. 오늘 이 순간 우리는 시리아를 ‘단상’이 아닌 ‘성찰’의 시점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국경을 넘어, 종교를 넘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들에게는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 유엔인도주의조정국(OCHA)에 따르면 3월말 기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시리아 인구는 1350만 명에 달한다. 그 중 69%는 극심한 빈곤 상태에 처해 있다. 터키, 요르단, 레바논 등 주변국가들은 총 48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면서 막대한 경제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이에 유엔은 올해 시리아와 주변국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90억 달러(약 10조 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는 단일 인도적 위기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3월말 확보된 기금은 목표 금액의 24% 수준에 불과했다.
**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시리아 사태에 총 3500만 달러(약 400억 원)를 지원했다.
Source: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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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경제 기고문 원문보기 (2017.05.02)
∙ 브뤼셀 회의 "Supporting the future of Syria and the region" 주요 내용 (2017.04.05)
∙ OECD DAC 회원국 ODA 현황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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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년간 국제뉴스의 한 축은 시리아 내전이었다. 시리아는 전쟁과 난민이라는 이미지로 우리에게 각인되었다. 지난달 4일(이하 현지시간)에는 또다시 가슴이 멜 만큼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해 어린이 31명을 포함한 시민 9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폭탄이 아니더라도 이미 일상화된 폭력과 질병, 그리고 냉소로 인해 국경 안팎의 모든 시리아인의 삶이 나날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시리아를 걱정했고 돕기를 원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시리아를 돕는 한국의 성적은 초라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시리아에 한국은 없다.
유엔은 목소리를 높였다. 화학무기 공격 다음날인 5일 유엔은 시리아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결단을 촉구하는 ‘시리아 및 주변국의 미래를 위한 브뤼셀 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는 장기화된 시리아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확보하고 제네바 평화회담 등 정치적 의지를 집결시키기 위한 자리였다. 또한 화학무기 공격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브뤼셀 회의는 성과가 있었다. 40여개 참석국과 NGO를 포함한 국제기구들이 올해 60억 달러*(약 6조 8000억 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그 중 24개 국가는 2020년까지 37억 달러의 추가 지원도 약속했다.
한국 정부는 브뤼셀 회의에서 올해 1400만 달러**(약 160억 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 이전의 시리아 지원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액이다. 하지만 기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의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16년 공적개발원조(ODA) 금액이 한국보다 적은 핀란드,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포르투갈과 같은 회원국도 한국보다 최대 두 배 이상의 지원금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본은 2억 6000만 달러(약 3000억 원) 지원을 약속하며 아시아에서의 인도주의 리더십을 분명히 했다. 중국도 2900만 달러(약 327억 원)로 한국보다 두 배의 규모를 약속했다. 게다가 한국 정부의 지원은 국가와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이기 때문에, 시리아인들에게 한국이 손을 내미는 국가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월드컵을 가기 위해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이겨야 하는 국가로만 인식하고 있지 않을까.
그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민간지원에서는 어떤가? 한국 국제구호단체의 시리아 지원은 더 할 말이 없다. 2016년말 기준, 우리나라 국민이 시리아를 돕기 위해 보낸 후원금은 인터넷에 공지된 금액 만 3억 원, 알리지 않고 보낸 후원금을 감안하더라도 5억원을 넘긴 힘들 것이다. 시리아 이슈가 이미 7년 째에 접어들었음을 감안하면 우리는 사실상 시리아 사태에 눈을 감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시리아에는 시리아인과 군인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쟁과 기근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그들을 돕는 사람들이 있다. UN이나 국제기구가 들어 가지 못하는 지역까지 들어가서 의료, 보건, 식량, 주거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세계 각지에서 온 긴급구호 활동가들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게는 접근이 금지된 지역이고, 직접 돕기 위해서는 큰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터키와 레바논에 있는 난민지원은 한국에서도 가능 할 뿐만 아니라, 몇 해 전부터 한 시리아인 유학생이 고국의 가족과 친구들을 돕기 위해 스스로 단체를 만들고 한국과 터키를 오가며 목이 터져라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우리의 대답은 미미했다.
2016년부터 시작된 UN의 지속가능한개발목표(SDG)의 캐치프레이즈는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게 하겠다(No One left behind)’는 것이다.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영웅이 필요한가?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글로벌 리더’이자 ‘세계를 향한 영향력’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치는 청년기를 거쳐 장년기로 올라섰다. 특히 한국전쟁이라는 어려운 시절을 딛고 일어선 중견국가 한국에게 개발협력 강국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친구가 넘어 졌을 때 일으켜 줘야 한다고 가르치고, 함께 일으켜 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지 않은가. 이는 정부뿐만 아니라 한국의 단체와 시민 모두에게 해당된다. 오늘 이 순간 우리는 시리아를 ‘단상’이 아닌 ‘성찰’의 시점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국경을 넘어, 종교를 넘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들에게는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 유엔인도주의조정국(OCHA)에 따르면 3월말 기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시리아 인구는 1350만 명에 달한다. 그 중 69%는 극심한 빈곤 상태에 처해 있다. 터키, 요르단, 레바논 등 주변국가들은 총 48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면서 막대한 경제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이에 유엔은 올해 시리아와 주변국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90억 달러(약 10조 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는 단일 인도적 위기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3월말 확보된 기금은 목표 금액의 24% 수준에 불과했다.
**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시리아 사태에 총 3500만 달러(약 400억 원)를 지원했다.
Source: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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