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29.
매년 연말이면 한국일보에서 기부 문화에 대한 기획취재를 진행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진행되었는데요 기부 관련 사건사고들이 많았던 해였던 만큼 의혹과 어려움 속에서도 소신을 가진 기부자님들의 진심을 듣고 싶어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컨선 기부자님들 중에 몇 분께서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고, 기사를 통해 두 분의 고요한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부순 님, 고강훈 님 다시 한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기부의 기쁨] 어릴적 배고픔 못잊는 60대 기초수급자 “아프리카 아이들 도와 흐뭇"
서울 노원구에 사는 기부순(61)씨는 기초생활수급자다. 이석증으로 걷는 게 쉽지 않고 특히 오랜 시간 움직이는 것은 더욱 힘들다.
기씨는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88)와 함께 살고 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본인 몸이 불편한데다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기씨는 국제인도주의단체 컨선월드와이드코리아에 매달 1만5,000원을 기부한다. “마음이 흐뭇해요. 제가 기부한 돈으로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 끼니를 잇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가슴이 뭉클하죠.”
기초생활수급자로서는 적지 않은 금액을 선뜻 내놓는 이유는 기씨 자신이 어렸을 때 겪었던 배고픔의 기억 때문이다. 건강보험에 가입이 안 돼 있어 남의 건강보험카드로 병원을 가기도 했다. 그 어려운 시절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배를 곯는 아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어려운 이들이 더 잘 기부하는 이유
기부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만 하는 일이 아니다. 기씨처럼 오히려 생활이 어려운 이들이 다른 이들의 처지를 더 잘 이해하고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곤 한다. 이렇게 해서 기부란 넉넉한 사람이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의 어려움을 함께 나눠진다는 의미가 된다.
고강훈(30)씨는 2013년 대학 졸업을 앞두고 갑자기 심각한 근육 불균형으로 정상 생활이 어려워 2년 가까이 요양을 했다. 2015년부터야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기 시작했고, 그 때부터 줄곧 다달이 2만5,000원을 기부하고 있다. 하지만 3년 가까이 기부를 해 오는 동안 갈등이 없지는 않았다. “비정규직으로 불규칙적으로 일하다 보니 월 100만원을 벌 때도 있었고 올해 초에는 4개월 동안 일을 못한 적도 있습니다. 서울서 자취방 월세를 내가며 100만원으로는 살기가 빠듯하죠. 어떤 때는 기부를 계속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도,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그 얼마의 돈이 없어 생명을 잃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부를 멈추지 못하겠더라구요."
고씨는 기부 이후 사람을 대하는 자세,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한다. “제 아주 작은 것이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의미 있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나 자신의 존재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소득층, 혼자 사는 노인 등 어렵고 외로운 이들이 기부에 동참하는 것에 대해 이준모 컨선월드와이드코리아 대표는 “나도 배고프지만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삶을 쪼개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움 겪었기에) 사람이 귀한 걸 뼈저리게 느끼는 겁니다.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를 아끼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셈이죠.”
고강훈씨는 몇달째 일자리가 없을 때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기부는 쉬지 않았다고 한다.컨선월드와이드 제공.
관련 기사
∙ [기부의 기쁨] 어릴적 배고픔 못잊는 60대 기초수급자 “아프리카 아이들 도와 흐뭇”, 한국일보, 2017.12.09.
∙ [기부의 기쁨] 줄어들고 있는 나눔의 손길… 기부단체 투명성 강화 시급, 한국일보, 2017.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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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의 기쁨] 어릴적 배고픔 못잊는 60대 기초수급자 “아프리카 아이들 도와 흐뭇"
서울 노원구에 사는 기부순(61)씨는 기초생활수급자다. 이석증으로 걷는 게 쉽지 않고 특히 오랜 시간 움직이는 것은 더욱 힘들다.
기씨는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88)와 함께 살고 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본인 몸이 불편한데다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기씨는 국제인도주의단체 컨선월드와이드코리아에 매달 1만5,000원을 기부한다. “마음이 흐뭇해요. 제가 기부한 돈으로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 끼니를 잇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가슴이 뭉클하죠.”
기초생활수급자로서는 적지 않은 금액을 선뜻 내놓는 이유는 기씨 자신이 어렸을 때 겪었던 배고픔의 기억 때문이다. 건강보험에 가입이 안 돼 있어 남의 건강보험카드로 병원을 가기도 했다. 그 어려운 시절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배를 곯는 아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어려운 이들이 더 잘 기부하는 이유
기부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만 하는 일이 아니다. 기씨처럼 오히려 생활이 어려운 이들이 다른 이들의 처지를 더 잘 이해하고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곤 한다. 이렇게 해서 기부란 넉넉한 사람이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의 어려움을 함께 나눠진다는 의미가 된다.
고강훈(30)씨는 2013년 대학 졸업을 앞두고 갑자기 심각한 근육 불균형으로 정상 생활이 어려워 2년 가까이 요양을 했다. 2015년부터야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기 시작했고, 그 때부터 줄곧 다달이 2만5,000원을 기부하고 있다. 하지만 3년 가까이 기부를 해 오는 동안 갈등이 없지는 않았다. “비정규직으로 불규칙적으로 일하다 보니 월 100만원을 벌 때도 있었고 올해 초에는 4개월 동안 일을 못한 적도 있습니다. 서울서 자취방 월세를 내가며 100만원으로는 살기가 빠듯하죠. 어떤 때는 기부를 계속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도,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그 얼마의 돈이 없어 생명을 잃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부를 멈추지 못하겠더라구요."
고씨는 기부 이후 사람을 대하는 자세,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한다. “제 아주 작은 것이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의미 있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나 자신의 존재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소득층, 혼자 사는 노인 등 어렵고 외로운 이들이 기부에 동참하는 것에 대해 이준모 컨선월드와이드코리아 대표는 “나도 배고프지만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삶을 쪼개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움 겪었기에) 사람이 귀한 걸 뼈저리게 느끼는 겁니다.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를 아끼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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